20131018



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결정 앞에 쪼그리고 앉을 때

엄마가 툭툭 던졌던 말들이 도움이 되곤 한다.


대학 다닐 땐

"사람 하는 짓은 도둑질 빼고 다 배워둬라. 쓸 데가 있다."였고

 
직장 다닐 땐

"너가 버는 돈 땅에서 솟은 것 아니다. 남이 한 번 집어넣은 돈 그 주머니에서 나오게 하는 건 다 남의 기생질이다."였다. (특정 직업군을 비하하자는 건 아니다.)


연애를 배워나갈 땐

"어떤 남자든 여자를 좋아할 수는 있다. 하지만 지 여자 아끼는 놈은 만나기 힘들다."였고

 
들려오는 주변 결혼 소식들에 조급해 할 땐

"남의 말이 자꾸 들리면 그 놈이랑은 평생 못 간다. 누가 뭐래도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싶은 놈 찾을 때까지는 언제고 늦은 것 아니다."였다.


막상 들을 땐 '엄마가 내 상황이 안 되어봐서 쉽게 말하는 거야'했지만
 
그 단순함이 날 붙들어 줄 때가 많다.


이래서 사람들이 고전을 읽나보다.




좌우명 하루하루



이래저래 다사하니 신경 쓰는 게 많은 성격에다
 
어디서 배웠는지 남의 인정이나 사랑따위는 죽어라고 받고 싶어 하는지라
 
살아가면서 자잘하게 나를 눌러대는 것들이 많다.


그러다보니 좌우명이 몇 개 추가 되었는데(회사 분들이 보면 안 될 것 같긴 한데)

 
내가 이런다고 약이 더 팔리냐.

웬만해서 회사는 안 망한다. 내가 망하지.

이런 날 뽑은 매니저님도 공동 책임이 있다.

통계적으로 3명 중 1명은 돌아온다. 늦은 나이란 없다.

나 좋단 사람만 진탕 찾아다녀도 인생이 짧다. 나 싫단 놈 좇아 다니면서 맘 돌리느라 시간 보내지 말자.


써놓고 보니. 이런 디스토피아적 현실이라니. 달밤에 굿이라도 해야겠다.




20131220 하루하루



뭐 어쩌자는 것은 아니나

'결혼'이란 주제 앞에

딸의 '행복'이 아닌 '안녕'을 먼저 바라야 하는 부모의 마음이나

사지 멀쩡하고 일 할 마음도 있으며

부모님 등골과 집안 뿌리의 결정체인 4년제 대학 졸업장을 들고도

이 나라에서 호호깽깽 할무니 될 때까지 밥술 뜨며 살 자신이 없어서 무서워서
 
나와 내가 사랑하는 '남자'의 능력이 아닌 '그 남자 집안'의 재화에 내 '안녕'을 걸고자 하는, 속물 취급 받는 그 마음에도
 
짠한 구석이 있는건 사실이다.


나약하니 무서울 테고 그러니 더 매달리겠지.

진원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두려움만큼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게 또 있는가 말이다.



전남친의 결혼 하루하루



혼자보다 둘이 더 행복하고 심지어 더 편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던 전남친님이 장개간다.

물론 나랑 말고 딴 여자랑.

내 해가 아닌지 몇 해 되었건만

나도 모르게 씁쓸하면서 쓸쓸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.

그러고보면 처용이 대단한겨.


그나저나 나와 만났던 남자들은 어찌 이리 빨리빨리 제 짝들을 찾아대시는지 모르겠다.

'그 어떤 여자도 전여친보다 낫다'란 결론을 신속하게 내리게 해주는 걸까.

장개 안 드는 아들 땜시 고민하는 부모님들 상대루 '걱정되는 댁의 아들 1년 안에 제 짝 찾게 해드립니다!

실패 시 활동비 제외 전액 환불' 영업이라도 해볼까 싶다.




20140123 하루하루




아침에 출근하다가 

빙판인데 안빙판인 줄 알고 발 디뎠다가

한쪽 무릎만 꿇고

고구려인의 기상으로

앞에 가는 남자분께 프로포즈 할 뻔 봤다.


항상 느끼는 거지만

가장 좋은 진통제는 창피함이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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